LP레코드 전문점을 찾아서 - LP하임 !

글 : 신동욱 (음악 에디터, 오디오 평론가)

LP하임

 

강남의 중심에 은둔해 있는 LP의 고향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의 뱅뱅사거리 근처에 위치해 있다고 들은 LP하임을 찾기 위해 인터넷 지도검색에서 프린트한 약도를 다시 살펴보았다. 간판이 없다? 주소지의 건물 5층에 올라가자 역시 어떤 상호 표시도 없이 흔히 볼 수 있는 철제문이 굳게 버티고 있었다. 마치 그 안 영험한 음()의 기운을 한 소절이라도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형광등 아래에서 특유의 오래된 비닐 냄새를 풍기며(하지만 곰팡이 냄새는 나지 않는다!) 빼곡히 들어찬 4만여 장의 클래식 LP음반들이 낯선 이방인을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정겹게 맞아주었다. 바로 이곳에 LP의 고향이 은둔해 있었던 것이다.

 

구 동독 아날로그 레이블, Eterna(에테르나)와의 조우

“한때는 일본에 가서 CD를 구했을 정도로 CD수집에 열성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을 그만두고 결혼과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간 것이 제 음악세계와 직업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운명으로 작용했습니다. 독일에서 아날로그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면서 주로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등지의 벼룩시장과 책방에서 익히 잘 알려진 명반 LP들을 콜렉션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하나가 생소해 보이는 어떤 음반을 건네주며 들어봤냐고 묻더군요. 뭐 하나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재킷의 음반이었죠. 건네 받긴 했지만 며칠 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듣기 시작하는데 머릿속에서 빛이 번쩍 했습니다. 마음속에서 아련하게 찾던 진짜 음악을 만난 순간이었죠.

그때 만난 LP음반이 1970년에 녹음된 바이올리니스트 칼 수스케와 하인츠 본가르츠 지휘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에토벤의 로망스. 바로 구 동독의 클래식 레이블 Eterna에서 발매한 음반이었다. 이때부터 이석준 사장과 Eterna와의 각별한 관계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Eterna 레이블만의 독특한 매력에 눈을 뜬 이 사장은 본격적으로 Eterna 레퍼토리의 수집에 나서게 된다.

 

근래 재평가 받는 뛰어난 연주와 음질

이 사장이 말하는 Eterna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앨범의 가치 평가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명반임을 입증하는 우수한 연주, 양질의 녹음, 희소성이 Eterna 레이블에서 발매한 LP음반들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만큼 공식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검증받은 연주자가 아닌 이상 녹음을 통해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Eterna에서 발매한 아날로그 음원 녹음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면면이,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잘 알려지지만 않았지 실제로는 그 당시 서방세계에서 활약한 일급 연주자들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음악성으로 무장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상업성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 음악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또한 녹음 환경도 특기할 만한데, 주로 스튜디오가 아닌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에서 녹음을 진행했다고 한다. Eterna 특유의 풍부한 홀 톤은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Eterna는 거의 내수용으로만 유통시킬 목적으로 음반을 제작했기 때문에 각 LP음반의 수량이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희소성이라는 가치도 충족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서방으로는 DG Philips, EMI와의 공동녹음을 통해 소개되었고 독일의 Eurodisc, Capriccio 레이블을 통해 LP시절에 라이선스로도 소개되어 왔지만, 원반과는 음질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유럽, 동구권 음반과 독일 정통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장소

주로 유럽의 명반들과 더불어, 동구권의 LP음반들을 취급하고 있는, 지난 2005년에 오픈한 LP하임은 이석준 사장의 이 같은 개인적인 아날로그 사랑에서 출발했다. 물론 LP하임 이전에도 Eterna 레이블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물량이나 레퍼토리 면에서 극히 협소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LP하임을 통해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Eterna 레이블과 그 외 동구권 국가들에서 발매된 음원들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날로그 애호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는 아날로그의 1번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LP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아날로그 동호회 및 애호가들을 초대, 주제를 정하여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강좌를 갖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 10여 회가 진행됐는데 제법 반응이 좋아서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LP하임 만의 또 다른 매력은 다른 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주품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Norma-Hylee-Tech사의 여러 제품들이 그러한데, 카메라타(Camerata)라는 목공예 작품을 연상시키는 스피커가 그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8.5인치 구경의 풀레인지 유닛과 독특한 인클로저로 구성된 이 스피커는 유닛을 비롯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이 사장이 보유한 이 스피커는 NHT사의 4번째 작품으로, 후면이 얇은 천으로 덮여 있는 개방형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 외에도 NHT사에서 정교하게 튜닝하여 재창조시킨 가라드 301과 토렌스 124도 설치되어 있는데, NHT사의 롱암과 카트리지와 잘 어울린다. NHT사의 제품들은 목재부품을 많이 사용해서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울림이 좋고 투명한 음색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장이 추천하는 다양한 장르의 LP음반을 감상해 보았는데, 물결치듯 흔들리는 얇은 천의 그릴과 적절한 통울림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 등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 샹송, 팝 에서도 이처럼 신선한 인상을 남겨준 스피커는 분명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직접 고르거나 추천받은 LP음반들을 충분히 비교 청취할 수 있는 편의를 누릴 수 있다.

 

많은 정보와 엄선된 음반을 접할 수 있는 장소

이석준 사장은 LP하임을 운영하는 운영자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밤을 꼬박 새울 만큼 대단한 음악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거래하는 거의 모든 LP음반들을 하나하나 직접 들어가면서 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 이 사장 스스로도 결벽증으로 여길 만큼 그 세심한 정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여기에는 이 사장이 생각하는 딜러의 이상적인 모델이 반영되어 있는데, 음악을 기록한 매체를 거래하는 딜러라면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날로그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흡수하고 고객과 소통하려면 끊임없는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장에게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감상 자체로서의 즐거움과 더불어 학습이라는 요소가 함께 섞여있는 일이다. 그 자신이 열혈 아날로그 콜렉터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LP음반 하나하나를 신중히 살펴가며 구입하는 애호가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LP는 초반의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초반과 재반을 구분하는 기준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판 사람이나 산 사람이 난처한 오해에 빠지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 사장은 초반과 재반의 차이에 대한 남다른 정보와 식별력을 딜러로서의 기본 자질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장은 초반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으면 절대 함부로 초반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디오든 음원이든, 그리고 그 어떤 물건이라도 거래에 있어서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은 신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대목이다.

 

작년에 이어 이번 아이어쇼에서도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여 Norma-Hylee-Tech의 스피커를 비롯한 톤암, 카트리지, 승압트랜스 등 아날로그 기기들과 LP음반들을 소개하면서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LP하임은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창의적인 아이템의 비전들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요구되는 계획들이지만 앞으로 이 땅의 아날로그 애호가들이 이 사장 덕분에 어떤 호사(?)를 누릴지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의 도움을 받아 근래 독일의 어느 아날로그 포럼에 실린 Eterna 음반에 대한 문장을 소개해본다. Nun kann die Jagd nach gut erhaltenen alten Scheiben beginnen. Es muss ja nicht immer DECCA sein. (바야흐로 뛰어난 옛 음반의 사냥에 나설 때이며, 그 대상은 더 이상 DECCA만이 아닐지니.) 

(LP하임 전화번호 및 홈페이지 : 02-3474-7585, www.lpheim.com)

by LPheim | 2009/06/24 15:18 | LP - shop

[안내] LP하임 "2009 아이어쇼" 참가 !

안녕하세요?

LP하임 http://www.lpheim.com 이 "2009 아이어쇼"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by LPheim | 2009/04/02 00:30 | LP - shop

블로그 전문 “이글루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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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Pheim | 2009/02/19 15:38

[공지] [공고] LP하임에서 직원을 모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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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002@lpheim.com
* 전형방법 : 서류(이력서,자기소개서), 면접
감사합니다.

by LPheim | 2008/07/02 18:55 | LP -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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